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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핫한 영화 '마션'입니다.

마션(The Martian) 화성인. 

요즘 한국에서 인기있는 sf우주영화 같지만 책의 부제를 보면 좀 다릅니다.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제가 부지런히 영화 찾아보는 사람이 아닌데, 이 영화는 좀 일찍 봤어요.

이 부제 때문에요.

보고 싶은 영화도 보통은 종영 직전에야 겨우 보는 제가 말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책도 읽었답니다.

책을 읽으니 더 생생해서 다시 영화를 보고 싶네요~

 

아직 안 보신 분들 중, 조금의 스포도 싫다 하시면 아래를 읽지 마시고요,

조금은 괜찮다 하시면 읽으세요.

어쩌면 읽고 나면 오히려 영화와 책을 더 찾아 보시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 

 

 

화성탐사대 아레스 3. 

6명의 인원 속에 마크 와트니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는 식물학자입니다. 근데 보면 화학, 전기관련도 굉장히 잘하네요. 만능입니다.

화성탐사대를 보내는데는 3년이 걸린다네요. 이걸 알아야 상황 이해가 가능합니다.

이 탐사대 뒤에 올 다음 탐사대는 4년 후에야 온다고 합니다.

지구로 돌아오는 시간만도 1년 걸린다니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몰랐어요. 

이 기간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들은 한달 계획으로 화성에 도착해서 탐사를 하는데 아주 강한 태풍을 맞습니다.

결국 6일만에 포기하고 화성을 뜨려는 순간, 마크가 사고로 태풍 속으로 사라집니다. 

 

 

태풍에 휩싸여 마크 와트니가 죽었다고 판단하고 그를 놔두고 나머지 대원만

지구로 귀환합니다.

지구에서는 그가 죽었다고 판단하고 장례식까지 치릅니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고 깨어납니다.

그리고 화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동료들이 남기고 간 음식, 물, 우주복으로 생존해야합니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문제는 그가 죽은 줄 알고 있다는 것이죠.

어떻게든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지구에 알려야하고,

4년 후 다음 탐사대가 올 때까지 살아 있다가 구출되어야합니다.

 

 

 

그가 동료들이 탄 우주선과 교신할 방법도, 지구와 교신할 방법도 없습니다.

교신이 안되면 다음 탐사대를 기다려야하죠.

 

그는 '생존'과 '교신' 두가지를 가지고 고민합니다.

 

이게 바로 이 책, 영화의 최고 핵심 재미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본 이유이고요~

 

 

 

그는 어떻게든 통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식량이 문제입니다. 이건 시급한 문제지요.

 

그는 먼저 보급품 조사를 합니다.

현재 가진 식량은 혼자 먹을 경우 300일은 버틸 수 있는 양.

대원들이 한달을 못 채우고 갔고 5명의 인원 몫이라 꽤 남아있습니다. 

물도 자기가 배출한 수분을 다시 먹을 수 있는 물 환원기가 있으니

걱정이 없고, 거주지도 있습니다.

문제는 4년뒤 다음 우주인들이 올 때까지 버틸 식량이 안된다는 것. 

 

 

여기에서 마크란 인물에 대해 알아야하는데, 그는 '식물학자'라는 겁니다.

 

식물학자를 화성에 데려온 이유.

화성은 아무 것도 자라지 않는 땅인데 왜 식물학자를 데려온 걸까요?

화성은 토양은 있지만 식물이 자랄 수는 없는 흙입니다.

그는 화성토양을 실험하기 위해서 왔는데, 약간의 지구 토양과 식물종자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흙은 너무 적고, 종자도 잔디와 이끼가 전부.

이것으로는 아무 것도 기를 수 없습니다.

 

 

여기쯤에서 저는 굉장히 흥미진진했습니다.

보통 '흙'이라고 하면 씨만 뿌리고 물만 주면 다 잘 자라는 줄 알지만요,

화성의 흙으로는 아무 것도 못 기릅니다.

그건 말하자면, 우리 지구의 흙도 다 다르다는 겁니다.

씨 뿌리고 물 줘도 잘 자라는 곳과 전혀 안 자라는 곳이 있는 거죠.

그는 우선 뭔가를 기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추위도 막아야하고 산소며 물이며 보존할 수 있는. 

 

 

 

 

이라는 건 무기물의 집합이 아닙니다.

흙 알갱이가 있다고 식물이 자라는 게 아니라는 거죠.

화성 흙은 아무런 미생물도 없어서 청결할 수는 있어도 생명력은 없는 겁니다.

 

살아있는 흙이라는 건, 흙 속에 미생물, 박테리아가 있어야한다는 겁니다.

지구의 흙도 수시로 갈아엎고 땡볕 쬐고 유기물 없고 그러면 미생물이

팍 줄어듭니다. 흙이 죽어가는 거죠.

건강한 흙은 미생물도 살아갈 수 있는 생명력이 있어야합니다.

그래서 그는 흙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합니다.

흙에 넣을 '박테리아'를 만들어야하고, 흙 속에 넣을 거름을 만들어야합니다.

 

 

우선, 거름이 필요합니다.

화성의 흙에는 아무런 영양소가 없으니까요.

그 재료로 '똥'만한 것이 없습니다.

우주인들은 똥을 바로 진공건조해서 밀봉해두었다가 화성표면에 버리는데, 

건조되어 꼭 필요한 박테리아는 없지만  바로 이 똥이 거름의 주재료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냄새나고 더러워서 빠진 것 같은데, 박테리아가 살아있는

그의 신선한 똥, 건조처리 안된 똥이 아주 좋은 재료로 쓰입니다.

신선한 똥 속의 박테리아를 증식시켜 수를 늘여 건조된 똥과 섞어주는 거죠~

 

  똥이 그냥 똥이 아니여~ 이건 박테리아 천국이여~ 

 

제가 '토양 미생물'을 직접 만들어서 제 밭에 넣는데요,

이걸 넣은 밭과 아닌 밭은 토질차이가 갈수록 큽니다.

이것도 미생물을 증식시켜서 밭에 투입시키는 거에요.

제가 그 과정을 했기 때문에 이 대목을 책에서 읽고 흥미진진했어요.

영화에서는 이 대목이 빠져서 서운했습니다.

영화는 과학적인 부분만 너무 강조했어요.

 

아무튼 이렇게 '오염된' 비료를 토양에 넣어주는 겁니다.

이것을 화성 토양에 넣어주고 그 위해 가져온 지구토양을 넣어주면 박테리아가 

증식하면서 화성 토양을 지구와 같은 토양으로 '오염' 시키는 겁니다.

지구는 수억년동안 수많은 세균들이 싸우고 살아남으면서 안정적인 환경을 갖췄지만 화성은 아무 것도 없는 곳이라 오히려 생명이 살기에는 부적절한 것이죠.

 

이렇게해서 만들어진 토양에 비로소 씨앗을 뿌리고 키워내는 것인데

제대로 개념을 알고 있더군요.

보통 많은 사람들이 아무데나 씨앗만 넣고 물만 주면 식물이 잘 크는 줄 아는데

미생물이 살 수 없는 그런 토양을 청결하고 완벽한 토양으로 알고 거기에 식물을

키우려고 하는 건 화성흙이 식물 키워도 되는 줄 아는 것과 같은 거죠.

청결한 흙에 기르면 더 잘 자랄 줄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쨋거나 그렇게 해서 주인공은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토양  92평방미터를

만들어냈는데, 우리나라 개념으로는 28평 정도입니다.

제 밭 크기 비슷하네요~ ^^

 

 

그럼 여기에 뭘 재배할 것인가?

지금 장소는 화성.

종묘상이 있을리 없고 얼른 나가 구해올 곳도 없습니다.

그는 식량으로 가져온 식재료를 뒤져서 요리되지 않은 생 것 몇가지를 찾아내는데

완두콩, 강낭콩, 감자 몇 알을 찾습니다.

그 중에서도 여러가지 조건을 봐서 감자를 선택하는데 탁월한 판단입니다.

 

 

우선 제 판단으로 볼 때 감자의 장점이라면 

감자는, 일단 빨리 자랍니다. 봄에 파종해서 여름이면 수확하죠.

석달이면 완성된 것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이 많고 푸짐합니다.

무엇보다도 영양이 풍부해서 영양결핍을 막아줍니다.

감자를 열두개를 확보했는데, 보통 우주에 보낼 때 생으로 보내는 경우가 없는데

이렇게 생감자를 보낸 이유가 추수감사절에 직접 식사를 만들어먹으라고

정신과의사가 조언했기 때문이라네요. 굿굿~~ ^^

 

 

마크는 먼저 감자를 씨눈이 두개씩 들어가도록 신경 써서 네 조각으로 자릅니다.

근데 그렇게나 많이 눈이 있던가? 여덟개 이상이??

미국감자는 큰가? 우리 씨감자는 그렇게 크지 않은데....

에라 잘 모르겠고, 아무튼 그렇게 잘라서 밭에 심습니다.

 

그렇게 해서 열배로 뻥튀기 수확을 해도 몇개가 나오나요?

그걸론 못 먹고 살죠. 감자 10개인데.

다시 얼른 수확한 걸 심어서 또 양을 늘여야합니다.

보통 지구에서는 수확에 최소 90일이 걸리지만 작가는 40일만에 수확해서 

다시 그 감자를 심어서 연속재배를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열심히 하면 1년에 8번까지 재배가 가능하다는 건데... 

물론 실내재배이고 온도도 훈훈하고 조명도 충분하고 겨울 추위 걱정도 없고 

기생충도 없고 잡초도 없고 농사꾼이라면 천국같은 환경인데...

수확한 감자를 바로 씨감자로 쓸 수 있나? 휴면기간 아닌가?

거기에다가 40일만에 수확하면 제대로 영글지도 않았을텐데????

 

땅이 한정적이니 무한정으로 재배면적을 늘일 수는 없으니 항상 수확할 수 있는

양은 재배면적으로 인해 일정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매의 눈으로 보고 들으니... 아, 내가 생각해도 아는 게 병입니다.

그냥 모르고 읽는 게 편합니다.

  (아, 피곤해... )

 

아무튼 원작자는 박식한 지식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정보들이 재미를 더합니다.

근데 모르고 읽어도 상황은 이해가 가능합니다. ^^

 

 

그다음 장벽은 !

사람이 먹기에는 넉넉한 양이 있지만 식물을 기르기에는 물이 부족한 겁니다.

또, 토양에 물이 적절하게 있지 않으면 미생물이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물이 필수적인데... 화성에 가져간 물은 대원들이 먹을 양만 가져갔기 때문에 먹는 물 외에 감자 재배를 위한 물은 만들어야한다는 거죠. 

 

이 대목은 정말... 책으로도 영화로도 저는 이해 불가. -.-

무슨 수소니 산소니... 아이고... 그냥 패스!!!

어쨋거나 그가 물을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은 영화를 보는 게 편합니다. 

사막에서 물 만들기라던가, 물이 없는 섬에서 물 만들기, 이런 건 봤는데

기계로 물 만드는 건 처음이에요.

그렇게 해서 그는 600리터의 물을 만들어냅니다. 

 

이걸 보면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화성에서 살아남겠구나 싶데요...

화학, 전기, 전자... 이런 쪽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요런 생각이

물씬 나는 영화입니다.

애들이 보면 자극 받겠더라구요.

물론 '마션'에서의 생존기는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과는 다르죠.

이건 모든 기계에 둘러싸인 우주인의 생존기니까요.

나무 마찰 시켜 불 내는 건 못합니다.

죽창들고 물고기 잡으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요.

우주에서의 생존기는 지구에서의 생존기와 다른데, 다만 재밌는 대목은

감자를 기르는 건 같다는 거에요.^^

 흥미진진~

 

 

마침내 그가 지구에서 그가 화성에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고

그와 교신을 하려고 모든 두뇌와 언론이 다 총 집결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굉장히 부러웠습니다.

어마어마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데, '당연히' 자기들이 버리고 온 대원을

구해야한다는 분위기.

국민 생명 하나하나를 우습게 여기는 분위기와 귀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비록 영화라 할지라도 부러움이 확 납니다.

 

 

 

 

드디어 마크와 나사는 교신에 성공하게 되고, 나사와 그간의 생존에 대해

전하면서 그의 농사법에 대해 세세히 간섭하려고까지 듭니다. ㅎㅎㅎ

마침내 마크는 감자농사를 성공적으로 지어서 이대로만 가면 900화성일까지 

버틸만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래서 나사가 그를 구출하러 올 때까지 굶어죽지 않게 되어서 여유가 생기죠.

나사는 최대한 다음 탐사대 출발을 앞당겨서 감자가 떨어지기 전,

최대한 빨리 도착할 계획을 세웁니다.

나사의 계획대로라면 식량이 떨어지는 900일 직전에 화성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이대로 흘러가면 재미가 없죠.

기대했던대로 사고가 터집니다.

그래서 감자밭은 날라갑니다.

이제까지 수확한 걸로 버텨야하는데 600일까지만 먹을 게 남아있게 됩니다.

우주선이 도착할 856일째엔 이미 늦은 것이 되는 거죠.

 

여기에서부터 긴장감이 빡 돕니다.

여기서부터 지구의 나사와 돌아오고 있는 우주선과 화성의 마크.

이 셋의 고군분투가 펼쳐지고 흥미진진해지죠.

 

저는 사실 이 후반기보다 전반기가 더 재밌었습니다.

책으로도 전반기가 더 재밌었고요.

 

왜냐면 '화성 텃밭농사'가 있으니까!!!!!

 

ㅎㅎㅎㅎㅎ

 

그 뒷내용은 순전히 과학적인 것으로 가득차서, 책으로든 영화로든

뭔 이야기인지는 이해 못하겠습니다.

다만 '이런 거구나~' 정도?

대충 이해만 하지 글로는 못 풀겠네요.

 

마션의 저자는 천재네요. 15살에 이미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20대에 소설 쓰고 첫 장편이 마션이라네요. 

등장인물들도 다 따뜻하고 거의 갈등요소도 없어서 편했습니다.

제가 '로빈슨 크루소'를 아주 빠져든 적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보는

요약본이 아니라 원본은 아주 스펙터클했습니다.

이 참에 그 책을 다시 찾아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

 

   어쨋거나 저쨋거나~~

 

 

 

<화성에서 농사 짓기>

 

이 이야기는 아주 흥미가 있었고

감자재배가 얼마나 재밌는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재밌던 부분은 그가 '생명력이 없는 흙에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있는 흙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이었습니다.

 

이 대목이 제가 '텃밭가이드 1권'을 쓴 이유였거든요. ㅠ.ㅠ 

도저히 안 쓸 수가 없어서 다시 쓸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제가 마지막으로 온 지금 이 밭이 완전히 화성흙처럼 박토였습니다.

식물이 제대로 살기가 힘들었어요. 

농사를 전혀 짓지 않아 미생물이 부족한 그런 흙이라는 걸 알고,

이 흙을 살려서 식물이  살 수 있는 흙으로 바꿔보겠다고 결심하고 바꾼 그 과정에서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지요.

마크처럼, 예상했던 것보다 변화는 엄청나게 빨리 찾아왔고요.

그 데이타도 기록을 해두었고, 그것을 일년만에 확인하면서 너무 좋아서 

길길이 뛰어다녔으니까요....

 

그 개념을 이 책에서 제대로 짚어줘서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마션을 추천합니다.

영화 보실 때는 그 부분을 찬찬히 보세요.

영화에서 생략된 아쉬운 부분.... 

 

님들이 혹 화성에 가셔서 표류하게 되신다면 그냥 막 감자를 심지 마시고

반드시 흙을 먼저 살리시고요,

화성이 아니라 지구 어디엘 가서 농사를 짓게 되면 먼저 '흙을 보세요'

그러면 마크와 같은 경험을, 아니면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

 

 

이 참에 내 책 홍보도 깨알같이~~~~~~~~~~~~~~~ ^^ 

 

 

 

 

무슨 영화를 봐도

저런 부분만 쏙 눈에 들어온다니까요~

나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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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시 이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들어

여러번 다시 찾아 보았습니다.

도시농부 올빼미님의 블로그, 올빼미 화원에서 인상깊게 읽은 글입니다.

김씨표류기, 마션 두영화 모두 농사를 중요한 매개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땀을 흘리며 흙과 친해져모세요. 몸을 써서 정성을 들여서

무언가를 수확해보세요!

 

 

#원글 주소 : https://blog.naver.com/manwha21/220537007552

 

 

original post from 올빼미화원

 

written by 올빼미님 in 2013.02.24 
원문글보기

 

 

 

 


 

여러 매체에서 질문을 할 때면 항상 제일 먼저 묻는 것이 '왜 농사를 지으시나요?' 입니다. 그 이야기는 사실 깊고 복잡한 이야기가 있어서 제일 답하기 어렵습니다.묻는 사람들은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답을 원하는데 그런 답을 할 수가 없어서요.
이제 봄이 되면 밭으로 가고 싶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간만에 긴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제가 도시농부가 된 것은 올해로 11년째가 됩니다.
수많은 취미를 거친 저지만, 이 텃밭농사가 이렇게나 오래 계속될줄은 11년전에는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저를 변화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말하려고 합니다.
 
제가 주말농장을 시작한지 몇년째 되어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나는 왜 농사를 짓는 걸까?"
라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에 빠진 거죠.
 
많은 분들이 오해 내지는 착각을 합니다.
바로 '유기농채소'를 먹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짓는다고요.
그러나 저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것이 목적이라면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 인건비도 안나오는 소규모의 농사를 지을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요.
저는, 그런 분들에게는 믿을만한 유기농매장이 지역마다 있으니 그곳을 이용하는 것이 농부들을 돕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왜 농사를 짓는 것일까요?
 

 

 

제가 강의를 할 때마다 자주 인용하는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김씨 표류기'입니다.
오래전에 개봉했는데 그때 코메디영화로 인식되었던지 웃자고 들어갔다가 영 웃기 힘든 
내용이라 김새서 흥행이 별로였다고들 하더군요. 

 

내용은 사실 코메디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 영화 속에 내가 있습니다.
저는 먹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평생에 맛집 찾아가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습니다.
그러니 요리에 관심 있을리 만무합니다. 지금도 요리에 그닥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 동네에 맛집이 있어도 아마 안 갈 사람이 저일 겁니다.
요리에 정성을 들이고 시간을 들이는 것이 너무 귀찮고 하찮다고 생각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내가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채소'를 기른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죠. 그런 내가 유기농을 따져서 농사를 지을 일은 전혀 없는 겁니다.
 
 
 

 

 

 

 

 

 

이 영화 주인공 '김씨'는 직장에서 해고되고 카드빚 독촉에 쫓기고, 애인에게 차이고 
그야말로 바닥까지 떨어져서 한강에 투신합니다. 
그리고 한강 한 가운데 밤섬에서 눈을 뜹니다. 
 
 
 

 

 

 

 

처음에 그는 자살하려고 목을 매려고도 해봤지만 그것도 실패합니다.
 
 
 

 

 

 

그리고 자포자기하고 그 섬에 그저 눌러앉습니다.

 

 

 

 

 

도시 한복판에 있지만 그는 무인도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 잘 사는 것 같고 자신만 낙오된 것처럼 절망스럽습니다.
이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영화는 소설이 아니라, 주인공의 마음 속이 자막으로 나오는 건 아니지만 
저는 그가 이런 생각을 했을 거 같습니다.
 
내가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내 삶을 다시 바로 잡으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
 
 
 

 

 

 

 

 

 

 

밤섬에 떠내려온 쓰레기더미에서 짜장라면 봉지를 줍습니다.

 

 

 

 

 

 

 

 

 

 

 

그 안에는 사용하지 않은 짜장스프가 있었습니다.
그 스프에서 그는 뭔가를 봅니다.
'희망소비자가격'에서 그는 "희망"이라는 글자만을 봅니다.
 
네. 그는 이 짜장스프에서 '희망'을 찾습니다. 
희망을 발견합니다.
 
 
 

 

 

 

 

짜장면을 먹기로 결심하고 그는 땅을 일굽니다.
농사를 시작한 것입니다.
도시농부가 됩니다.
 
 
 

 

 

 

 

마침내 밭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모아 로빈슨 크루소처럼 농사를 짓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싹이 틉니다. 

 

 

 

 

 

그리고 옥수수가 자랍니다.
벌써 몇달이 지났습니다.
 
이때... 멀찌감치 한강변 아파트에서 한 사람이 이 사람을 몇달째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김씨가 짜장면을 먹으려고 농사를 짓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오죽하면... 오죽 먹고 싶으면 저기에서 살면서도 농사를 지을까...
가엾게 여긴 그는 김씨에게 짜장면 한 그릇을 배달 시킵니다.
 
 
 

 

 

 

 

우리나라 어디건 가는 짜장면 배달원이 밤섬까지 오리배를 타고 가서 짜장면을 배달합니다.
그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짜장면이었다면 그는 기쁘게 그것을 받아야합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거절하고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농사를 짓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가 찾는 '희망'은 짜장면 한 그릇이 아닌 겁니다.
그가 농사를 짓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가 아닌 겁니다.
먹기 위해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을 기르는 그 과정,
농사 짓는 그 과정이 바로 그가 찾는 '희망'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완성된 짜장면을 거절하고, 농사를 짓는 일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수확을 하게 됩니다.
 
 

 

 

 

초라하고 소박한 수확물이 모였습니다.

 

 

 

 

옥수수 한 알 한 알 알뜰하게 모아서 갈아서 분말을 만듭니다.
몇달을 힘들여가며 길러낸 것들입니다. 
정성들여 갈무리합니다.
 
 

 

 

 

 

마침내 반죽을 해서 면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토록 바라고 기다렸던 짜장면 한 그릇을 먹게 됩니다.
 
그가 거절했던 짜장면과 지금 먹는 짜장면이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그는 쉽고 편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을 거절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얻는, 느리게 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농사라는 것은 절대로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서는 결과물을 손에 쥘 수 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기초가 중요하고 잔꾀가 통하지 않고 한발한발 정성들여 매번 매시간을 
생략없이 지내야만 결과를 손에 쥘 수 있는 일입니다.
 
그가 살아온 삶은 아마도 이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농사의 과정 속에서 그는 자신이 걸어온 삶을 되짚어봤을 것입니다. 
옥수수 한 개를 위해서 오래 기다리고 노력해야하는 삶, 
그것이 자신이 살아온 방식, 세상을 본 방식을 다시 볼 수 있게 했을 것입니다.
 
농사를 지은 것은 그래서 짜장면 한 그릇이 목적이 아니라, 짜장면 한 그릇을 얻기 위해 
일하는 과정이 목표인 것입니다.
 

 

 

 

 

 

 

 

 

 

제가 과거에 놓친 것들이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항상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했고, 사소하고 소소한 삶의 작은 면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당연히 먹을 것을 위해 소비하는 시간, 정성이 너무 아까웠고 답답해보였습니다.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먹을 것을 위해 들이는 모든 것들이 낭비 같았습니다.
그것이 삶을 공허하게 하고 중요한 것을 잃고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삶은 더 중요하고 큰 일에 집중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급히 짜내느라 성글성글하게 짜낸 목도리와 같았습니다.
두르고 둘러도 허전하고 목이 서늘한 목도리.
꼼꼼하고 촘촘하게 짜는 사람에게 왜 그렇게 느리냐고 했지만, 결국은 내가 짠 성근 목도리를 다시 풀어서 꼼꼼하게 짜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생 중반기에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내가 가장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았던 내 몸을 챙기는 것.  먹을 것을 챙기는 것.
그러나 그것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고, 그 버릇은 하루 아침에 고쳐질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하게 된 것은 과정을 촘촘히 걸어가야하는 농사를 짓는 것이었습니다.
 
농사는 얕은 수가 통하지 않고, 오래 기다려야하며, 많은 손길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그것들을 수확해서 집에 가져오면 갈무리라는 엄청난 일들이 더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처음엔 수확한 채소를 갈무리하며 '이걸 할 시간에 일을 하면...'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아마도 김씨도 그런 생각들을 수없이 했겠지요.
 
그리고 마침내 내가 기르고 수확한 것들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느꼈습니다. 수많은 교훈과 책을 통해서도 깨닫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꼈습니다. 어릴 적, 단 한번도 정성들인 식탁과 도시락의 기억이 없었던 것이 다른 결핍보다 더 컸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수없이 손이 가는 반찬을 만들어 가족에게 먹이는 주부의 손길이 왜 중요한지 비로소 알았습니다.
집밥이 왜 중요하며, 그것을 만드는 그 시간과 정성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어떻게 크게 하는지를 저는 농사를 지으면서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결핍의 이유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먹는 것이 익숙치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노력합니다.
그리고 기꺼이 즐겁게 기르고 갈무리하는 일을 시간을 들여 정성들여 합니다.
내가 그렇게 정성들인 음식을 먹어보지 못하고 자랐다고 해도
나까지도 나 자신을 그렇게 대접하지 않으렵니다.
내 마음의 결핍을 채우는 방법이 이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하루종일 요리를 하고 채소를 다듬어도 초조하지 않습니다. 
한심하고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도 전혀 안듭니다.
국 한그릇을 만드는데 신경을 쓰고 맛나게 먹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저는 비로소 제가 무엇이 결핍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요리를 좋아하거나 말거나, 먹는 것을 즐기지 않더라도, 이것이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 이제는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많은 분들에게 이것을 권합니다.
이미 지나온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돌봄 받지 못한 어린 시절의 그 음식을 다시 찾아먹을 수도 없습니다.
이미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지만, 내 스스로 그 시간들을 풀어서 다시 짤 수는 있으니까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가장 소박한 일을 통해 차근차근 삶을 다시 밟아본다면
마음의 힘듬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요...
그러다보면, 그 과정이 끝나는 날, 맛난 짜장면으로 내가 무사히 과정을 거쳤다는 상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게 되겠지요...
먹을 것이 주는 힘, 그것의 치유 능력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이 겨울, 저는 작년 한해 갈무리해둔 채소를 여기저기에서 꺼내서 먹으며
이 힘든 시기에 위로를 받습니다.
내가 나를 위해 더운 여름 수고한 그 흔적들이 나를 치유합니다.
내 손에서 만들어진 먹을거리는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이 책은 위 글을 포스팅한 올빼미화원 의 주인장 올빼미 님의 책입니다. 예전 도시농업전문가양성과정을 이수하면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농사가 낯설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도시분들도 텃밭농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예쁜 삽화와 친절한 설명을 통해 비교적 알찬 내용으로 구성된 좋은 책입니다. 올빼미 님의 블로그에서도 자료를 구할 수 있지만 책으로 구해 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요즘 날이 풀리면서 황사가 꽤 심하네요. 가족분들 호흡기질환 조심하시고 조만간 뵐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

 

 

 

 

 

 

 

 

 

 

 

 

 



original post from  

산골농부자연밥상  블로그


written by 자줏빛구름님 in 201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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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월령가』를 지은 정학유는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민『삶을 바꾼 만남』가운데



삶을 바꾼 만남


작가   정민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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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을까?

『농사월령가』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작자가 누군지는 몰랐다. 작자 미상이거나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거니 했었는데

정민 교수의 다산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운명적인 만남을 다룬 『삶을 바꾼 만남』을 보다가 다산의 둘째 아들임을 알게 되었다. 

오호! 책읽기의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것~!!!



다산 정약용의 큰 아들이 학연, 둘째 아들이 학유.

『삶을 바꾼 만남』에서 정학유는 형 학연과 더불어 황상과 친분을 갖고 있었지만 책에 등장하는 빈도는 형에 비해 적었고

그가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 그렇게 두드러지는 것이 없어서 조용히 살다가 생을 마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본문 500쪽에 이르러 그의 죽음과 함께 『농사월령가』를 거론하니 놀랄밖에..  

 

1855년 2월 1일에 정학유가 오랜 병환 끝에 세상을 떴고, 2월에 추사가 황상에게 편지를 보냈다. 정학유는 오래 병을 앓았다. 송도 여행 때도 몸이 아파 동행하지 못했다. 6년 전 황상이 강진으로 내려올 당시 36운에 달하는 장편시를 지어주면서도, 자신이 직접 쓰지 못하고 아들을 시켜 대신 적게 했을 만큼 건강이 나빴다. 그는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그늘과 형의 명성에 가려 이렇다 하게 알려진 자취는 없지만, 속이 깊고 심지가 곧은 사람이었다. 널리 알려진 『농사월경가』를 그가 지었다.(500~501쪽)

 

추사는 제주 유배에서 풀려나면서 황상을 찾아갔었고, 때마침 황상은 정학연을 찾아 서울 나들이 길이라 길이 어긋났다.

서로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첫 대면은 정학연의 주선으로 추사의 집에서 이루어진다.

 



농사월령가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가사. 1책. 필사본. 월령체(月令體) 장편가사이다. 작자가 고상안(高尙顔)이라는 설도 있었으나, 정학유로 고증되었다. 필사 이본으로는 권경호본(權卿鎬本, 1876)·이탁본(李鐸本)·정규영본(丁奎英本, 1925)·안춘근본(安春根本)·이능우본(李能雨本) 등이 전하고 있다.

 

정학유(丁學游 1786~1855)

조선 후기 문인. 본관 나주(羅州). 자 문장(文牂). 호 운포(耘逋). 정약용(丁若鏞)의 둘째 아들. 1808년(순조 8)에는 형 학연(學淵)과 함께 유배중인 아버지의 《주역심전(周易心箋)》을 정리하여 완성시키는 등 정약용의 학문활동을 도왔다. 1816년(순조 16) 농가에서 매달 할 일과 풍속 등을 한글로 읊은 《농사월령가》를 지었다. 




황상(1788~1870)은 학연 보다 다섯 살 아래이고 학유 보다는 두 살이 많다.

나이도 차이가 나고 신분도 다르지만 그들은 다산 타계 후에도 자신들의 생이 다하는 날까지 너무도 멋지게 어울렸다.  

큰 아들 학연은 다산이 유배지 강진에 있을 때 아버지를 찾아오면서 자연스럽게 황상과 만나 의기투합이 되었고 

다산이 해배가 되어 서울로 돌아간 후에는 황상이 산골에 운둔하다시피 살면서 오랫동안 소식이 끊어지기도 했다.  

다산의 임종이 가까운 1836년, 황상은 스승과 18년만의 재회를 이룬다. 이때 다산이 일흔다섯, 황상은 마흔아홉이었다.

(1801년 11월에 강진에 유배되어 내려간 다산이 본가로 돌아온 것은 1818년 9월 15일)

『삶을 바꾼 만남』황상의 제자입문기 =>



다산이 세상을 떠난 후, 학연 형제와 황상은 이전 보다 더 돈독해지는데 두 형제와 주고받은 편지글을 보면 애타는 그리움과 서로의 글에 대한 감탄과 존경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그런데 그 학유, 정학유가 농사월령가를 지었다고?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아버지 다산의 가르침이 그러했고 본인의 성품이 또한 그러했으니까..

다시금 앞장으로 넘어가 학유에 관한 구절을 찾아보았다.

  

들째 정학유(1786~1855)는 열여섯 살 나던 해에 아버지와 헤어져, 어느덧 스물한 살의 청년이 되었다. 한창 포부를 키워갈 나이에

문득 꺾이자 그는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고 말수도 부쩍 줄었다. 그래도 그는 진중한 젊은이였다. 재주는 형만 못했지만 사람이 진득했다.

정학유는 형님 편에 전해온 아버지의 편지를 펼쳤다. 첫 줄부터 공부 때를 놓친 걱정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네가 닭을 친다고 들었다. 양계는 참 좋은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양계에도 또한 우아하고 저속하고, 맑고 탁한 차이가 있느니라. 능히 농서(農書)를 익히 읽어 좋은 방법을 가려 시험해보도록 해라. 색깔별로 갈라도 보고, 횃대를 다르게도 해보거라.

닭이 살찌고 번식하는 것이 다른 집보다 나아야 한다. 또 시를 지어 닭의 정경을 묘사해보기도 해야지.

사물로 사물에 얹는 것이야말로 독서하는 사람의 양계니라. 이익만 따지고 의리는 못 보거나, 기를 줄만 알고 운치는 모르면서

부지런히 애써 골몰하여 이웃 채마밭 노인과 아침저녁으로 다투는 것은 다만 세 집만 사는 작은 마을의 못난이의 양계일 것이니라. 네가 어떤 것을 편안해할지 모르겠구나. 이왕 닭을 치려거든 『백가서百家書』를 가져다가 닭에 관한 내용을 초록해서 차례를 매겨 『계경鷄經』을 짓도록 해라. 육우(陸羽, 당나라의 문인 다성多聖으로 일컬어진다)의 『다경茶經』이나 유득공의 『연경』처럼 한다면 또한 한 가지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속된 일을 하면서도 맑은 운치를 띠려면 모름지기 늘 이것을 예로 삼도록 해라."

 

앞서 보낸 편지에서 학유가 닭을 쳐보겠다는 결심을 비추었던 모양이다. 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이 글을 썼다.

“닭을 치는 일도 일종의 공부다. 그저 하지 말고 살펴서 해라. 책 찾아서 읽어가며 해라. 보는 것 정리하고 메모해가며 해라. 여러 책에서 닭에 관한 내용을 초록해서 갈래별로 묶어 『계경』을 엮어보는 것은 어떻겠니. 이렇게 하면 또 하나의 근사한 책이 될 게다. 어떤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네 삶의 모든 부분을 공부의 과정과 일치시켜라. 세상 모든 일이 공부 아닌 것이 없다.” (222~223쪽)

 

 

*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이 외에도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많은 편지글이 당부의 내용들이다. 시시콜콜, 조근조근, 조목조목...

다산 초당으로 옮기고 비로소 안정을 취하게 되면서 1808년 둘째 아들 학유가 아버지를 뵈러오는데 학유의 나이 스물 셋,

모자가 헤어진 지 8년 만이다. 학유는 2년 가까이 아버지를 도와가며 그간 소홀히 한 공부를 다잡는다.   

이 시절 공부의 내용은 그해 겨울 큰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남아있다.


“네 아우의 재주는 형에 비하면 조금 모자란다. 올여름 고시와 산부(산문 형식의 부)를 짓게 했더니 벌써 좋은 작품이 꽤 많다.

가을 동안 ‘주역’을 손보아 베껴 쓰는 작업에 골몰하느라 독서를 할 수 없었지만, 견해가 조잡하지는 않았다.(314)

 

 

**

1845년 정학연의 청으로 학연 형제와 황상은 두 집안 간에 계를 맺는다.

 

"우리 이참에 정씨와 황씨 두 집안끼리 정황계(丁黃契)를 맺기로 하세. 두 집안의 부자와 자손의 성명과 자호, 나이 등을 차례로 적고, 돈독한 의리를 서술하여 대대로 우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증서를 만들잔 말일세."

정황계를 맺은 사연을 두 벌 적어 각각 한 벌씩 나눠 가지게 했다. 이것이 정황계안(丁黃契案)이다. 계안을 적은 정학연 친필의 원본이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다.(417쪽)

 

요즈음도 이런 방식의 계가 있을까...

이때 정학연은 송도에 바람 쐬러 가자고 권하는데 아우 정학유는 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 가지 못하고 정대림과 젊은이 몇이 함께 동행했다고 나와 있다. 대림은 정학연의 큰아들, 다산의 큰손자이며 황상의 큰아들과 동갑이다. 학연과 황상의 첫 아들 출생은 다산이 강진에 머물 때 였고, 다산은 황상의 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며 '네 아들은 내 손자'라고 반겨했다. 

 

 

***

정학연과 황상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중심에 다산이 있었던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의 인품과 시문에 관한 남다른 깊이가 서로 통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836년의 첫 번째 상경에 이은, 1845년의 두 번째 상경으로 황상과 정학연 형제의 교유는 새롭게 시작되었다. 황상의 질박하고도 웅숭깊은 마음자리와 그의 시문이 보여주는 깊은 울림은, 정학연의 소개를 통해 그가 교유하던 장안의 명류들에게 널리 희자되면서 큰 화제를 낳았다. 사람들은 지금 세상에도 그런 이가 있느냐며 놀라워 했다. 열다섯에 다산을 처음 만난 이후 40여 년을 자취 없이 묻혀 살던 황상은 쉰여덟에서야 뒤늦게 중앙 시단에 데뷔하여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422쪽) 

 

정학연 형제는 황상을 친형제의 의리로 대했다. 이들 사이에 전후로 오간 수십 통의 편지는 안타깝고, 그리운 사연이 곡진하다. 학연은 황상의 아들 농무에게도 따로 편지를 썼다. “효도로 봉양함은 몸소 밭 갈고 농사하는 여가에『논어』와 『효경』을 읽으며 천륜의 즐거움을 펴는 것만 한 것이 없다. 아! 우리 우여(농무의 자)는 힘쓰고 힘쓸진저. 난 이제 죽음이 아침저녁에 달려 있다. 집안의 네종형제는 여태도 나이가 젊구나. 비록 천릿길이 막혀 있더라도 너는 두 집안이 대대로 한형제의 우의로써 반드시 한집안 골육의 사이로 지내는 것을 무너뜨리지 않기 바란다. 비록 우리 형제가 세상을 뜬 뒤라도 지난날의 정스런 교분을 잊지 않기를 빌고 또 빈다.(434쪽)

 

 

****

정학연, 학유, 황상, 세 사람 중에 제일 연하인 정학유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그 다음 학연, 그리고 황상... 

『농사월령가』라는 글이 있는 줄은 별학섬에 머물 때 사부님을 통해서 소책자로 간행된 허름한 인쇄물을 보면서였다.

원문과 차이가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는 몰라도, 그 안에 담긴 내용의 해박함과 시적인 운율에 감탄했었다.

사람은 가도 이름은 남는다. 이름과 더불어 그들이 남긴 흔적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배움을 일깨워준다.

다산이 둘째 아들 학유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한 구절 뽑아볼까. 

 

"어떤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네 삶의 모든 부분을 공부의 과정과 일치시켜라. 세상 모든 일이 공부 아닌 것이 없다."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이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_()_

 
















original post from "농담(

)"블로그

 

written by StoneHinge in Friday, July 6th,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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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와 도시
 

굶주린 도시(Hungry City)의 저자 Carolyn Steel 씨는 자신의 TED 토크인 “먹을거리가 어떻게 우리의 도시를 형성하는가(How Food Shapes Our Cities)”에서 도시화가 시작된 이후 어떻게 도시가 농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설명한다 – 물론 이건 논리적이다. 어떻게 도시가 그것을 지탱할 만한 믿음직한 식량원 없이 번성할 수 있겠는가?

 

Steel 씨는 지도와 도로명을 보면 이러한 먹을거리가 사고팔리는 대광장 쪽으로 고대 도시에 먹을거리가 물질적으로 새겨놓은 경로를 볼 수 있고, 도시 스스로 어떻게 이러한 먹을거리의 유통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건설되었는지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예를 들어 런던의 Friday street는 금요시장에서 생선이 팔리던 곳). 

 

물론 산업화가 모든 걸 바꾸어 놓았다. Steel 씨는 우리가 우리의 도시 안으로 이미 도축된 고기와 이미 집하된 채소를 들여오려고 철도를 사용하기 시작하자마자, 우린 “사실상 지형으로부터 우리의 도시를 자유롭게 했다”고 표현한다.

 

급작스럽게 우리의 도시는 놀라운 성장속도로 어떤 방향으로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날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와 같이 이러한 진보는 어두운 측면이 있다.

 

오늘날 전형적인 도시민은 어디에서 어떻게 먹을거리가 생산/분배되는지 모르고 있다. 우린 공장형 농장에서 우리의 슈퍼마켓으로 막대한 양의 먹을거리를 가져오는 거대하고, 강력하고, 이윤 지향적인 기업에 의존하게 되었다 – 그러나 그 전체 과정은 비밀스럽고, 매우 복잡하고,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다...

 

- 중략 -

 

 

 

 

이 강연영상은 StoneHinge님의 블로그에 포스팅하신 '쿠바의 도시농업' 관련 글에서 인용하신 TED강연을 빌려 온 것입니다. 원본글은 영상과 더불어 더 나아가 자세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면 더 깊이있는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TED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아래 그림을 클릭!

(↓) 

TED 한국어페이지

 

 

 

 

original post from 올빼미화원


written by 올빼미님 in 201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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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담기]올해도 밭으로 가는 도시농부에게 전하고 싶은 말




작년내내 해온 것들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갈무리입니다.

이것을 갈무리하면서 저는 스스로에게 제일 놀랐습니다. 당장 먹을 것도 아니고,

아직 언제 먹을지도 모르면서 만드는 것들도 있었으니까요.

심지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채소지만 갈무리했습니다.

잘 요리하면 좋아하는 요리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집안 여기저기에 갈무리한 것들이 엄청나게 짱박혀 있습니다.

조만간 몽땅 꺼내서 재고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식도락가가 아니지만, 먹을 것을 준비하는 그 과정이 삶에 참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그것은 단순히 입에 밥을 밀어넣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동물적 행위가 아닙니다. 좋은 것만 먹고 이쁘게 먹어야만 삶이 풍요롭다는 것도 아닙니다. 밥솥째 놓고 퍼먹어도, 먹기 위한 과정 자체에 정성과 음식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된다는 겁니다.



저는 먹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텃밭을 하면서 서서히 먹는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먹을 것을 준비하는 과정, 심지어 먹는 시간까지도 아까웠습니다. 그러니 기르는 것은 상상도 못했지요.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이 아까웠고, 그 시간에 좀더 차원 높은 일에 투자하는 것이 제게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먹는 것과 먹을 것을 준비하는 그 과정이 삶에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고, 과정 자체에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면서부터 많은 것이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생각이 너무 많고 실행력, 실천력이 떨어지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그 간격을 많이 줄였습니다. 전에는 그 간격이 너무 커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생각이라도 별로 없던지, 아니면 실천력이 뛰어나던지 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하니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우선 내 몸을 챙기는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것부터 자꾸 몸을 움직여서 하다보니, 뭔가를 하는 것에 자신이 붙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달라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런 모습을 블러그에서 보고 감탄합니다. 부지런하다고요. 부지런하다는 말은 저를 기쁘게하면서 동시에 뻘쭘하게 합니다. 왜냐면... 제가 생각하는 그 '생각의 양'에 비하면 실행력이 아직도 많이 떨어지거든요. (그만큼 생각과 아이디어가 많다는 이야기! ^^;;) 하지만 자꾸 뭔가를 하면서 이뤄지는 경험을 10년간 쌓다보니, 이제는 뭐든 '내가 하려고 하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만간 나는 할 거다'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도 갖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생각은 많았어도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 1% 였다면, 텃밭농사하면서 행동에 옮기는 것이 10%로 늘어나다가 해를 더하면서 이것저것을 자꾸 이뤄가면서 20, 30%로 늘여나갔고,



갈무리를 하면서 그것을 요리로 바꿔가면서는 실행력이 확 늘어나서 40, 50%까지 늘어난 것 같습니다. 텃밭농사에 대한 실행력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제 삶에서 전반적으로 실행력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변화이죠.

 

큰 기계를 돌리려면 작은 나사가 돌아가야 큰 기계가 도는 법입니다. 생활 속에 작은 것부터 자꾸 실행하고 실천하면서, 점차 과감해지고 자신감이 붙으면, 큰 일에도 도전하게 되고 실천에 옮기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자꾸 '갈무리를 열심히 하라'는 것입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이유와 목적이 있기 때문이지요.

뭔가를 가르쳐주려는 의도로 말을 할 때, 저는 절대 한 가지 목적만 가지고는

권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5가지 이상의 목적이 있어야 권합니다.

더 미세하게 센다면 10여가지가 넘는 목적이 있겠지요.

 

그것이 아니라면, 제가 텃밭을 이렇게 오래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 어떤 취미도 저로하여금 이렇게 오래하도록 만들지 못했으니까요.



텃밭은 굉장히 다각도의 이유와 목적을 우리에게 갖게 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 다양한 사연의 사람에게 텃밭농사를

권합니다.

 

 

-너무 게으른 사람

-너무 실천력이 낮아서, 맨날 뭐 해야지, 뭐하고 싶다고 계획을 짜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끝맺지 못해서 맨날 제자리인 사람

-너무 생각만 많은 사람

-너무 고민이 많은 사람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

-두통이 심한 사람

-조용히 쉴 곳이 필요한 사람

-아무 생각도 안하는 순간이 필요한 사람

-해를 볼 일이 없어 실내에서만 사는 사람

-정기적으로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운동은 하기 싫은 사람

-몸을 쓰는 일을 제대로 안해본 사람

-몸을 쓰는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



-내 몸이 쓸모 있다 생각을 안하는 사람

-내 몸을 써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내보고 싶은 사람

-한번도 식물을 길러본 적이 없는 사람

-나 자신을 알아볼 기회를 얻고 싶은 사람

-뭔가 변하고 싶은데 항상 제자리인 것 같은 사람

-내 생활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고 싶은데 무엇부터 하면 좋을지

  모르는 사람

-생활이 불규칙하고 질서가 안 잡혀있어 바로 잡고 싶은 사람

-생활 속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사소한 일들이 짜증나는 사람

-나는 좀더 나은 사람인데 현실이 못 따라줘서 괴로운 사람



-나의 무엇이 변해야 삶이 좀더 나아지고 변화될까 고민하는 사람

-먹는 것, 입는 것, 청소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싫고 귀찮은 사람

-정신적인 것이 중요하지 몸을 돌보는 것은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살림에 신경쓰는 것은 형이하학적인 인간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

-내가 먹고 마시는 이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고 싶은 사람

-뭐든지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시작을 안하는 사람

-뭘 시작하는데 너무 힘들어하는 사람

-혼자 있고 싶은 사람

-함께 있고 싶은 사람

-사람에 치여 힘든 사람

 

 

그리고.... 변하고 싶은 사람.

 이 외에도 수많은 사람 사람들이 목적을 가지고 텃밭에 옵니다.



저는 그들이 먹을 것이 부족해서,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만을 위해서

텃밭을 찾는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 분들은 이해하지 못해도, 스스로 이유는 알지 못해도 뭔가 답을 찾고 있고

상당수는 답을 이미 찾았으면서도 그것을 잘 깨닫지 못할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밭을 갈고, 삽질을 하고,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고 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이 밭에서 얻고자하는 것이 무엇일까'하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착각하기도 합니다.

잘못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으스대기 위해 합니다.

그것을 저는 압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에게 만족감을 준다는 것을 알기에 일단은 모른 척합니다.

간혹 그에게, 그 생각을 버리고 진솔해진다면, 그 욕심을 버리고 진솔해진다면

진짜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모른척하고 있습니다.

선을 넘기 전까지는 모른척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왜 문제인가하면, 이 일을 통해 자신을 완성시키고 들여다보는게

목적이 아니라, 목적이 외부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공허'합니다. 누가 칭찬해주고 박수쳐주지 않으면 공허합니다.

 

무슨 일이든 한참 하다보면, 처음 시작할 때의 목적을 잊게 됩니다.

그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그럴 때쯤이면 "내가 이 것을 왜 하는가"를 한번쯤 되짚어봐야합니다.



저는 처음 원예를 시작한 11년전을 떠올립니다.

그때의 나는 어떠했는가. 저는 시작할 때부터 모든 순간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놨기 때문에 다 기억합니다. 사진 뿐 아니라 인터넷에 수시로 적어놓아서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항상 뭐하고 싶다, 뭐하고 싶다 생각을 하면서 1년 1년 보냈습니다.

다음 해 또 똑같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또 똑같은 생각을 합니다.

수많은 시간을 흘려보낸 후, 생각해보니 매년 같은 패턴입니다.

결국 10년, 20년이 되어도 이 자리에 있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그것을 바꾸려면 '행동'을 해야하는데, 뭣부터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대개 이렇게 말하지요.

'무엇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때는 거창한 것을 하려고 하지 마세요.

보나마나 중간에 포기합니다.

 

아주 사소하면서도 생활에 밀접된 것, 죽으나사나 내가 움직여야 되는 것,

내가 안하면 죽는 것들을 돌보는 걸 시작하는 겁니다.

내가 한 것의 결과가 나타나고, 그 결과를 볼 수 있는 것.

그 결과를 보고 즐거워할 수 있고, 다시 그 결과를 가지고 뭔가 할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텃밭농사'였습니다.



죽으나사나 밭에 나가야 했고, 햇빛을 봐야했고, 몸을 움직여야만 합니다.

그러니 안 움직일 수가 없죠.

내가 열심히 하면 이놈들이 변합니다. 잘 자랍니다.

내가 나태해서 안 나가면 풀 속에 파묻힙니다.

잘 자라면 주변과 비교되고 잘 자란 수확물을 집에 들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집에 갖고오면 끝나는 게 아니라, 이것을 요리해야합니다. 갈무리해야합니다.

새로운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요리를 합니다. 이 재료에 맞는 요리를 배워야하고 요리를 합니다.

그리고 먹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이 취미' 속에 들어가있습니다.



간혹 제가 먹을 것을 무척 좋아하거나, 요리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거나,

너무 살림꾼이어서 텃밭농사를 짓고 이런 저런 것들을 갈무리하는 걸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저는 솔직하게 말합니다.

아니라고요.

 

저는 '~척'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면 '~~척'하면 당장은 폼이 날지 몰라도, 그것은 저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그것은 결코 저 자신에게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왜 속이고 왜 허세를 부리냐면 자기 자신이 불만스러울 때 그럽니다.

그렇다고 제가 저 자신에게 다 만족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척을 해야할

필요를 이제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기농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아세요?

흙을 사랑하며, 직접 유기농채소를 길러서 가족에게 건강한 식단을 차려주세요~"

하며 폼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면 유기농채소가 아니라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유기농채소면 좋지만, 유기농채소를 못 먹이는 일반 서민은 가족을 학대하는 건가요?



저는 텃밭농사를 하는데 있어서 농법이나 방법론에 있어서 어떤 '제한'을

두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물론 내 맘 속에 그 '선'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역량에 맞는 선이고, 이제 겨우 아장아장 걸으려는 초보에게는

벅차고 아득한 선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쉽게 제시하지 않습니다.

제가 뭘 제시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그것을 따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꼭 이렇게 해야합니다.' 라던가 '이것은 <당연히>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라고 말을 하면, 그것을 못 따라오는 분들은 위축됩니다.

 

저는 사람을 같은 선상에 놓고 똑같은 기준을 요구하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홈패션 강좌를 듣는데 그 강좌 끝까지 만들어야하는 것이 십여가지가 넘더군요.

저는 그런 강좌를 빨리 못 따라갑니다. 저 스스로가 압니다.

저는 마지막 코스에서 만들어야하는 물건을 꼭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초보자로서 앞에 5가지 정도만 만들면 만족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진도를 맞추려니 선생님은 속도를 엄청나게 높여서 교습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못 따라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앞에 5가지도 속성으로 나가서 그것도 제대로 마스터 못했습니다.

그러니 곧 재미가 없어지고 반에서는 처지는 것 같고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다시 흥미를 되찾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높은 수준의 생활품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간단한 것만 박을 줄 알면 만족하는 사람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맞게 5개만 만들어도 되도록 천천히 진도를

나가준다면, 오히려 흥미도 잃지 않고 수시로 간단한 것들을 집에서 만들만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을텐데, 정신없이 나가는 진도 때문에 흥미가 사라졌습니다.

 

저는 이 '텃밭농사'라는 취미가, 굉장히 한 개인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취미이기 때문에 그런 속성수업 때문에 흥미를 잃고 한 해만에 접는 일이

생기질 않길 바랍니다.

수강자가 홈패션 전문가가 될 것도 아닌데 어려운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마치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시농부는 영원한 아마추어입니다.

영원한 취미 농사꾼입니다.

전업농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과정에서 반드시 '즐거움'과 '농사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합니다.

그것을 잃고 다른 목적으로 헤매는 순간, 농사는 재미없어지고 엉뚱한 방향으로

갑니다.

저도 그 길을 간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옵니다.

저는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그 길에서 벗어나와 나의 길로 돌아왔지만

저같이 냉정하게 돌아보고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올해 우리가 텃밭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 텃밭에서 과연 무엇을 얻길 원하는지 한번 깊이 생각해보세요.

어쩌면 터무니 없이 추상적인 목표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번 적어보세요.

수첩에 적으셔도 되고

공개적으로 선포한다면 댓글로 적어보시고

소심한 분은 비밀글로 제게만 약속해봐도 됩니다.

가능한 일인지 제가 답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2012년 대한민국은 왜 이리도 살기 빠듯하고, 복잡한지

이 상황에서 우리가 정신줄 놓지 않고 냉철하게 판단하며

우리 자신과 가족과 나라를 위해 지혜롭고 건강하며

바른 길을 선택하고 걸어갈 수 있도록

 

깨닫고 힘을 받아야할 것들이 많습니다.

 

부디 그것들을 우리의 밭에서 얻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흙을 통해서 지혜와 용기와

실천력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를....





이 책은 위 글을 포스팅한 올빼미화원 의 주인장 올빼미 님의 책입니다. 책 제목 그대로 농사가 낯설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도시분들도 텃밭농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예쁜 삽화와 친절한 설명을 통해 알찬 내용으로 구성된 좋은 책입니다. 올빼미 님의 블로그에서도 자료를 구할 수 있지만 책으로 읽어보시면 단순히 주말농장과 농사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고찰도 가능케 해주는 좋은 책입니다. 조만간 2013년 개정판이 나온다고 하여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롯히 저자인 올빼미님의 10년 넘는 세월동안의 꾸준한 일상 속 노하우가 이 책에서는 자연스럽게 배어납니다. 책으로만 먼저 읽고 인터넷이나 컴퓨터에 문외한이라 몇년 뒤에 저자의 블로그를 찾아보았지만 읽을수록 더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앞으로도 종종 좋은 글 소개하겠습니다. 기회가 되시면 블로그에도 가셔서 직접 둘러보시면 주말농장과 더 나아가 많은 부분에서 좋은 무언가를 얻어가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original post from 올빼미화원


written by 올빼미님 in 2011.05.09 


원문글보기





[좋은글담기] 올해 처음 농사를 시작하는 도시농부들에게




갈수록 텃밭농사를 시작해보려는 도시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시농부'(city farmer) 라는 단어가 점점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많은 이유로 농사를 시작하셨을 것입니다.

 


주말농장이 인기라고 하니 옆집 따라 덩달아 시작하신 분도 계실테고

항상 농사를 지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올해 용기를 내서 시작한 분도 계시고

작년엔 기회를 놓쳤다가 올해 벼르고 별렀다가 기필코 일찌감치 신청해서

자리를 잡은 분도 계실 겁니다.

주변에 누가 농사를 잘 짓는 것이 부러워 시작한 분도 계실 것이고,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농사를 짓고 싶어서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농사를

시작한 분도 계실 것입니다. 

 

 

어떤 이유로, 어떤 목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농사를 시작하셨던간에

앞으로 같은 과정을 거쳐 11월까지 농사를 같이 짓게 될 것입니다.




도시에서 올해로 9년차 텃밭농사를 짓으면서 저는 나름대로 '도시농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왔습니다.

 

도시농부는 절대로 전업농부가 아닙니다.

농사 짓는 이유도, 농사 짓는 목적도, 농사 짓는 방법도... 다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그 태생이 전혀 다릅니다.

전업농부는 그것이 직업이고 생계가 목적이지만,

도시농부는 생계가 목적이 아닙니다.

생계를 위한 목적을 뺀 수많은 목적이 도시농부가 농사 짓는 이유입니다.

그러니 전업농들의 세계를 기웃거리기보다는 도시농부만의 방식을 찾으셔야

많은 것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농부라함은, 작은 면적의 밭을 가지고, 생계 목적이 아닌 한 가족이

소비할 정도의 채소를 직접 기르고 수확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전업농이 아닌 사람들로 다른 직업이나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잠깐 시간을

내어 농사를 짓습니다.

그러니 농사짓는 방법도 달라야합니다.

 

 

전업농부나 도시 텃밭지기나 다 같이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니

다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제 경험상 둘은 '많이 다릅니다'

만일 전업농부와 똑같이 하겠다고 생각하고 농사를 시작하신다면 많은

어려움에 부딪칠 것이고 얻는 것도 적을 것입니다.

과거 초기에 저도 전업농의 방법을 알면 더 농사를 잘 지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되려 힘들기만 하고 얻는 것은 적고 지치기만 했습니다.

그것은 '내가 왜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지' 그 이유를 잊었기 때문입니다.

먹을거리를 얻기 위한 농사가 아니었는데, 어느새 그것이 목적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농사가 힘들어졌던 것입니다.

오로지 정상만을 쳐다보고 과정을 즐기지 못했기 때문에 즐거움을

잃었던 것입니다.

 

서울서 부산까지, 승객을 태우고 가는 택시기사와,

가족들을 태우고 놀러가는 자가용은, 가는 길은 같아도 많이 다릅니다.

자가용은 열심히 빨리가는 것보다는 중간중간 휴게실에서 쉬면서

사진도 찍고 재미난 놀이와 대화 시간도 가지면서, 그 여행 시간 전체를

즐겁게 보내며 가는 것이 맞습니다.

중간에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도 화를 내기보다는, 못 가본 동네를 이 참에

구경도 하고, 지역 음식도 맛보고 다소 늦게 목적지에 도착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택시는 그렇지 않지요. 신속하고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달해야합니다.

좌우를 둘러볼 여유 따위는 없습니다.

우리 도시농부가 가고자하는 농사는 전자입니다.

 

너무 완벽하게, 실패 없이, 최고의 농법으로 최대한 수확하려는 생각보다는

그 '과정'의 즐거움을 놓치지 말아야하고, 실수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만난다는 생각을 가지면 더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도시농부는 반드시 다품종소량생산을 하세요"

 

이것은 제가 주장하는 도시농업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한 가족이 소비하는데 필요한 정도의 양만 수확하면 되므로,

수확량이 많은 것보다는, 다양한 작물이 골고루 수확되는 것이 더 유리하고

농사 짓는 즐거움도 있으며, 일년내내 계속 수확할 수 있어 좋습니다.

10평에 30~50종의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올빼미화원에서는 힘든 일이

아닙니다.

몇개의 작물을 많이 수확해서 다 소비하지 못해서 버리고, 정작 필요한

채소는 사는 것이 아니라,

상당수의 채소를 직접 기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도시농부는 멀티플레이어입니다"

 

이 역시 제가 항상 하는 말입니다.

그 어떤 전업농도 도시농부처럼 작은 면적에 많은 작물을 키울 수 없습니다.

마치 마트의 채소코너에 온 것 같이 밭 안에 다양한 종류의 작물을

한꺼번에 재배할 수 있습니다.

한두 작물을 기르는 것보다 십여작물을 기르는 것이 오히려 더 쉽습니다.

더 즐겁고 재미납니다.



"유기농법이나 무기농법에 너무 매이지 마세요"

 

도시농부는 아마추어들입니다.

우리나라는 도시농부를 위한 자재나 기반 시설이 아주 미약합니다.

필요한 농사용품을 살 때도 도시농부를 위한 소량판매는 거의 안합니다.

유기농, 무농약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넘을 벽이 너무 많고, 그 단계는 

무척 높은수준의 농사입니다.

'농법은 농사의 일부분'입니다.

농사의 세계에 입문한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농심'을 가졌습니다.

그 문턱에서 농법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역량에 맞춰서 먼 길을 걸어가면 되는 것입니다.

가다보면, 실력이 갖춰지면 그때 자신에게 맞는 농법을 하면 됩니다.

농법에 매여 즐거움과 여유를 잃어 농사를 접는다면,

그것은 정말 중요한 것을 잃는 것이 됩니다.

 

저는 농사를 시작해보려는 사람마다 그 수준차이와 시간여건, 체력여건,

능력차이가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산수 하나를 가르칠 때도 우등생을 기준으로 해서 가르치면 조만간 산수

포기할 학생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하물며 생계가 목적도 아닌 취미로 하는 농사, 그것에서 최고 레벨의 농법을

저는 기준으로 하지 않습니다.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 방법론은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농사를 짓는 즐거움>과 <농사를 통해 내가 얻는 휴식과 평화>입니다.

그것을 얻은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이상적인 길을

스스로 걸어가게 되는 법입니다.

자연은 기다려줄 것입니다. 

 




"도시농부는 초등학교 수준의 농법이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겁니다.

중고등학교 선생님은 한 과목만 전문적으로 가르치지만,

유치원, 초등학교 선생님은 전 과목을 다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죠.

하지만 이 초등학교 공부가 모든 지식의 가장 기초입니다.

이 기초가 탄탄하면 모든 방면에서 박식한 사람이 됩니다.

전업농은 한 두가지 작물에 정통한 것이고

텃밭지기는 수십가지 작물에 대해 어느 정도 기본적인 것은 다 통달할

수 있습니다.

도시농부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도시농부는 수확이 최종점이 아니라 갈무리가 최종점입니다."

 

열심히 기르기만 하고 알뜰하게 다 소비하지 못한다면,

농사 지은 목적의 절반 밖에 성취하지 못한 것입니다.

알뜰하게 다 소비하는 즐거움을 발견하셔야합니다.

농촌에 산다고하면 무조건 시레기, 고구마만 먹어야하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좋아하는 서양식 요리도 알고보면 다 우리 채소로 만듭니다.

우리가 직접 기른 채소로 요즘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직접 기른 채소로 직접 요리를 해서 내게 선물해봅니다.

나를 건강하게 하고, 가족을 건강하게 합니다.





궁극적으로 도시농부의 텃밭은 그저 '농사를 위한 텃밭'이 아닙니다.

우리가 농사를 짓는 이유를, 농사를 지으면서 발견해야합니다.

찾아야합니다.

왜 나는 농사를 짓고 싶은가...

농사에서 나는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그것이 유기농채소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백가지 이유 중에

한 개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 가지를 발견한다면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이 밭에서

찾으시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바랍니다.

 

여유를 가지세요.

깊이 있게 자신이 밭에서 하는 것을 들여다보시고,

작물이 변화되는 것을 지켜보시고,

그것들이 변화되면서 내 마음에서 변화되는 것을 발견해보세요.

 

뭔가 내가 실수를 해서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 실망스러울 때도

그것을 통해 나는 흙이 내게 하는 조언을 들을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변화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충고는 내 자존심을 다치게 하고 상처를 입히지만

식물이 하는 충고는 나를 아프지 않게 하면서도 잊혀지지 않는 깨달음을 줍니다.

그러니, 실수도 실패도 다 과정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시고 가급적 많은 것을

눈에, 마음에 담으시기 바랍니다.

내 기대보다 못 미친다고 해서, 옆 사람보다 부족하다해서 기죽지 마시고

보다 많은 실패는 나를 보다 많이 다듬는다고 생각하시면 올 한 해

많은 것이 내게 남을 것입니다.

 

농사 짓는 과정을 기록해 보세요.

내가 농사를 통해 얻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적어보세요.

 

기록을 하다보면,

성공을 했을 때도 배우지만

실패를 했을 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음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도시농부의 텃밭은 그저 '먹을 거리를 위한 텃밭'이 아닙니다.

 

우리의 텃밭은,

"치료하는 텃밭"이고

"위로하는 텃밭"이며

"쉬는 텃밭"입니다.

 

이 말 의미를 올해 밭에서 꼭 체험하시길 바랍니다...





올 한 해 많은 것을 얻으시길...






이 책은 위 글을 포스팅한 올빼미화원 의 주인장 올빼미 님의 책입니다. 책 제목 그대로 농사가 낯설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도시분들도 텃밭농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예쁜 삽화와 친절한 설명을 통해 알찬 내용으로 구성된 좋은 책입니다. 올빼미 님의 블로그에서도 자료를 구할 수 있지만 책으로 읽어보시면 단순히 주말농장과 농사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고찰도 가능케 해주는 좋은 책입니다. 조만간 2013년 개정판이 나온다고 하여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롯히 저자인 올빼미님의 10년 넘는 세월동안의 꾸준한 일상 속 노하우가 이 책에서는 자연스럽게 배어납니다. 책으로만 먼저 읽고 인터넷이나 컴퓨터에 문외한이라 몇년 뒤에 저자의 블로그를 찾아보았지만 읽을수록 더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책으로 읽고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시면 저자가 겪었던 어떤 '힘'과 '치유'의 경험을 농장가족여러분들께서도 얻어가실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





이 곡은 드라마의 클라이막스에서 실제로 흐르는 곡으로 
Athlete 이라는 영국출신 록밴드의  "Chances"란 곡입니다.


조금 긴 글입니다. 영상을 재생하고 아래로 스크롤 하시면서 보시면 됩니다. :)









드라마 닥터 후 반 고흐 에피소드 중 감동의 클라이막스 장면입니다.








* 작가 : 빈센트 빌럼 반 고흐 (Vincent Willem Van Gogh)


* 출생 : 네덜란드 쥔더르트 (Zundert, Netherlands)


제목/연도 : "별이 빛나는 밤에" ("Starry Night"/'1889)


매체 : 캔버스에 유화 (Oil on Canvas)




P.S:이 글의 정확한 원작자는 불명입니다 다만 저는 "곡두"라는 분이 담아놓은 글을 인용했습니다. "닥터 후" 라는 영국드라마는 많이 보진 못하고 몇몇 에피소드만 케이블에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인공 '닥터후'의 시간을 넘나드는 모험을 소재로 구성된 SF드라마입니다만 몇몇 에피소드는 꽤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캡쳐한 영상 속 한글자막이 지나치게 직역이 많은 점과 주석의 어투가 약간 어린학생이 쓴 느낌을 줍니다만 원문 글 작성자분은 드라마의 장면들을 일일히 보면서 캡쳐하고 주석을 다는 등 꽤 적잖은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에피소드의 본 내용도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 





P.S2 : Doctor Who / Season5 Episode10 / "Vincent and the Doctor"

드라마 닥터 후 반 고흐 에피소드를 감상하고 싶은 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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