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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post from 올빼미화원


written by 올빼미님 in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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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담기] 올해 처음 농사를 시작하는 도시농부들에게




갈수록 텃밭농사를 시작해보려는 도시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시농부'(city farmer) 라는 단어가 점점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많은 이유로 농사를 시작하셨을 것입니다.

 


주말농장이 인기라고 하니 옆집 따라 덩달아 시작하신 분도 계실테고

항상 농사를 지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올해 용기를 내서 시작한 분도 계시고

작년엔 기회를 놓쳤다가 올해 벼르고 별렀다가 기필코 일찌감치 신청해서

자리를 잡은 분도 계실 겁니다.

주변에 누가 농사를 잘 짓는 것이 부러워 시작한 분도 계실 것이고,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농사를 짓고 싶어서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농사를

시작한 분도 계실 것입니다. 

 

 

어떤 이유로, 어떤 목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농사를 시작하셨던간에

앞으로 같은 과정을 거쳐 11월까지 농사를 같이 짓게 될 것입니다.




도시에서 올해로 9년차 텃밭농사를 짓으면서 저는 나름대로 '도시농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왔습니다.

 

도시농부는 절대로 전업농부가 아닙니다.

농사 짓는 이유도, 농사 짓는 목적도, 농사 짓는 방법도... 다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그 태생이 전혀 다릅니다.

전업농부는 그것이 직업이고 생계가 목적이지만,

도시농부는 생계가 목적이 아닙니다.

생계를 위한 목적을 뺀 수많은 목적이 도시농부가 농사 짓는 이유입니다.

그러니 전업농들의 세계를 기웃거리기보다는 도시농부만의 방식을 찾으셔야

많은 것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농부라함은, 작은 면적의 밭을 가지고, 생계 목적이 아닌 한 가족이

소비할 정도의 채소를 직접 기르고 수확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전업농이 아닌 사람들로 다른 직업이나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잠깐 시간을

내어 농사를 짓습니다.

그러니 농사짓는 방법도 달라야합니다.

 

 

전업농부나 도시 텃밭지기나 다 같이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니

다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제 경험상 둘은 '많이 다릅니다'

만일 전업농부와 똑같이 하겠다고 생각하고 농사를 시작하신다면 많은

어려움에 부딪칠 것이고 얻는 것도 적을 것입니다.

과거 초기에 저도 전업농의 방법을 알면 더 농사를 잘 지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되려 힘들기만 하고 얻는 것은 적고 지치기만 했습니다.

그것은 '내가 왜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지' 그 이유를 잊었기 때문입니다.

먹을거리를 얻기 위한 농사가 아니었는데, 어느새 그것이 목적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농사가 힘들어졌던 것입니다.

오로지 정상만을 쳐다보고 과정을 즐기지 못했기 때문에 즐거움을

잃었던 것입니다.

 

서울서 부산까지, 승객을 태우고 가는 택시기사와,

가족들을 태우고 놀러가는 자가용은, 가는 길은 같아도 많이 다릅니다.

자가용은 열심히 빨리가는 것보다는 중간중간 휴게실에서 쉬면서

사진도 찍고 재미난 놀이와 대화 시간도 가지면서, 그 여행 시간 전체를

즐겁게 보내며 가는 것이 맞습니다.

중간에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도 화를 내기보다는, 못 가본 동네를 이 참에

구경도 하고, 지역 음식도 맛보고 다소 늦게 목적지에 도착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택시는 그렇지 않지요. 신속하고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달해야합니다.

좌우를 둘러볼 여유 따위는 없습니다.

우리 도시농부가 가고자하는 농사는 전자입니다.

 

너무 완벽하게, 실패 없이, 최고의 농법으로 최대한 수확하려는 생각보다는

그 '과정'의 즐거움을 놓치지 말아야하고, 실수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만난다는 생각을 가지면 더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도시농부는 반드시 다품종소량생산을 하세요"

 

이것은 제가 주장하는 도시농업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한 가족이 소비하는데 필요한 정도의 양만 수확하면 되므로,

수확량이 많은 것보다는, 다양한 작물이 골고루 수확되는 것이 더 유리하고

농사 짓는 즐거움도 있으며, 일년내내 계속 수확할 수 있어 좋습니다.

10평에 30~50종의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올빼미화원에서는 힘든 일이

아닙니다.

몇개의 작물을 많이 수확해서 다 소비하지 못해서 버리고, 정작 필요한

채소는 사는 것이 아니라,

상당수의 채소를 직접 기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도시농부는 멀티플레이어입니다"

 

이 역시 제가 항상 하는 말입니다.

그 어떤 전업농도 도시농부처럼 작은 면적에 많은 작물을 키울 수 없습니다.

마치 마트의 채소코너에 온 것 같이 밭 안에 다양한 종류의 작물을

한꺼번에 재배할 수 있습니다.

한두 작물을 기르는 것보다 십여작물을 기르는 것이 오히려 더 쉽습니다.

더 즐겁고 재미납니다.



"유기농법이나 무기농법에 너무 매이지 마세요"

 

도시농부는 아마추어들입니다.

우리나라는 도시농부를 위한 자재나 기반 시설이 아주 미약합니다.

필요한 농사용품을 살 때도 도시농부를 위한 소량판매는 거의 안합니다.

유기농, 무농약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넘을 벽이 너무 많고, 그 단계는 

무척 높은수준의 농사입니다.

'농법은 농사의 일부분'입니다.

농사의 세계에 입문한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농심'을 가졌습니다.

그 문턱에서 농법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역량에 맞춰서 먼 길을 걸어가면 되는 것입니다.

가다보면, 실력이 갖춰지면 그때 자신에게 맞는 농법을 하면 됩니다.

농법에 매여 즐거움과 여유를 잃어 농사를 접는다면,

그것은 정말 중요한 것을 잃는 것이 됩니다.

 

저는 농사를 시작해보려는 사람마다 그 수준차이와 시간여건, 체력여건,

능력차이가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산수 하나를 가르칠 때도 우등생을 기준으로 해서 가르치면 조만간 산수

포기할 학생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하물며 생계가 목적도 아닌 취미로 하는 농사, 그것에서 최고 레벨의 농법을

저는 기준으로 하지 않습니다.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 방법론은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농사를 짓는 즐거움>과 <농사를 통해 내가 얻는 휴식과 평화>입니다.

그것을 얻은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이상적인 길을

스스로 걸어가게 되는 법입니다.

자연은 기다려줄 것입니다. 

 




"도시농부는 초등학교 수준의 농법이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겁니다.

중고등학교 선생님은 한 과목만 전문적으로 가르치지만,

유치원, 초등학교 선생님은 전 과목을 다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죠.

하지만 이 초등학교 공부가 모든 지식의 가장 기초입니다.

이 기초가 탄탄하면 모든 방면에서 박식한 사람이 됩니다.

전업농은 한 두가지 작물에 정통한 것이고

텃밭지기는 수십가지 작물에 대해 어느 정도 기본적인 것은 다 통달할

수 있습니다.

도시농부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도시농부는 수확이 최종점이 아니라 갈무리가 최종점입니다."

 

열심히 기르기만 하고 알뜰하게 다 소비하지 못한다면,

농사 지은 목적의 절반 밖에 성취하지 못한 것입니다.

알뜰하게 다 소비하는 즐거움을 발견하셔야합니다.

농촌에 산다고하면 무조건 시레기, 고구마만 먹어야하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좋아하는 서양식 요리도 알고보면 다 우리 채소로 만듭니다.

우리가 직접 기른 채소로 요즘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직접 기른 채소로 직접 요리를 해서 내게 선물해봅니다.

나를 건강하게 하고, 가족을 건강하게 합니다.





궁극적으로 도시농부의 텃밭은 그저 '농사를 위한 텃밭'이 아닙니다.

우리가 농사를 짓는 이유를, 농사를 지으면서 발견해야합니다.

찾아야합니다.

왜 나는 농사를 짓고 싶은가...

농사에서 나는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그것이 유기농채소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백가지 이유 중에

한 개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 가지를 발견한다면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이 밭에서

찾으시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바랍니다.

 

여유를 가지세요.

깊이 있게 자신이 밭에서 하는 것을 들여다보시고,

작물이 변화되는 것을 지켜보시고,

그것들이 변화되면서 내 마음에서 변화되는 것을 발견해보세요.

 

뭔가 내가 실수를 해서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 실망스러울 때도

그것을 통해 나는 흙이 내게 하는 조언을 들을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변화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충고는 내 자존심을 다치게 하고 상처를 입히지만

식물이 하는 충고는 나를 아프지 않게 하면서도 잊혀지지 않는 깨달음을 줍니다.

그러니, 실수도 실패도 다 과정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시고 가급적 많은 것을

눈에, 마음에 담으시기 바랍니다.

내 기대보다 못 미친다고 해서, 옆 사람보다 부족하다해서 기죽지 마시고

보다 많은 실패는 나를 보다 많이 다듬는다고 생각하시면 올 한 해

많은 것이 내게 남을 것입니다.

 

농사 짓는 과정을 기록해 보세요.

내가 농사를 통해 얻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적어보세요.

 

기록을 하다보면,

성공을 했을 때도 배우지만

실패를 했을 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음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도시농부의 텃밭은 그저 '먹을 거리를 위한 텃밭'이 아닙니다.

 

우리의 텃밭은,

"치료하는 텃밭"이고

"위로하는 텃밭"이며

"쉬는 텃밭"입니다.

 

이 말 의미를 올해 밭에서 꼭 체험하시길 바랍니다...





올 한 해 많은 것을 얻으시길...






이 책은 위 글을 포스팅한 올빼미화원 의 주인장 올빼미 님의 책입니다. 책 제목 그대로 농사가 낯설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도시분들도 텃밭농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예쁜 삽화와 친절한 설명을 통해 알찬 내용으로 구성된 좋은 책입니다. 올빼미 님의 블로그에서도 자료를 구할 수 있지만 책으로 읽어보시면 단순히 주말농장과 농사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고찰도 가능케 해주는 좋은 책입니다. 조만간 2013년 개정판이 나온다고 하여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롯히 저자인 올빼미님의 10년 넘는 세월동안의 꾸준한 일상 속 노하우가 이 책에서는 자연스럽게 배어납니다. 책으로만 먼저 읽고 인터넷이나 컴퓨터에 문외한이라 몇년 뒤에 저자의 블로그를 찾아보았지만 읽을수록 더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책으로 읽고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시면 저자가 겪었던 어떤 '힘'과 '치유'의 경험을 농장가족여러분들께서도 얻어가실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