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의 브레즈네프 시절, 촉망받던 지휘자 안드레이 필리포프는 오케스트라에서 유태인 연주자들을 몰아내라는 당의 지시를 어겨 지휘를 그만두게 된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삭히며 30년 동안 볼쇼이 극장의 청소부로 일하던 그는, 어느 날 극장장의 방을 청소하다가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보내 온 팩스를 우연히 발견한다.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를 파리에 초청하고 싶다는 그 팩스를 읽는 순간, 그의 머리에는 무모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이미 연주를 그만 둔 옛 유태인 동료들을 규합하여 정규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 대신 파리로 연주 여행을 떠난다. 지휘자 필리포프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젊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안느-마리 자케와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 과연 필리포프와 안느-마리 자케의 관계는? 그리고 그들이 연주할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페레스트로이카로부터 10년 전, 구소련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이 영화는 당시 고통 받아야 했던 음악가들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루마니아 출신의 라두 미하일레아누 감독은 프랑스 국립영화학교 IDHEC를 나와 1993년 장편영화로 데뷔하여 몬트리올영화제 신인감독상과 베니스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더 콘서트>를 통해 독재자 차우세스쿠 정권에서 어린 시절 경험해야 했던 억압을 슬며시 끄집어내어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유머러스한 연출로 관객에게 보여준다. 한편 지휘자 안드레이 필리포프 역을 맡은 알렉세이 구스코프는 약 70편의 작품에 출연한 러시아의 국민배우로 스스로 음악적인 재능이 없다고 밝혔지만, 지휘자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 냈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프랑스의 배우 멜라니 로랑은 안느-마리 자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3개월 동안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주자에게 바이올린을 배우는 등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미우 미우와 프랑수아 베를레앙 등 탄탄한 조연들의 뒷받침과 함께 라두 미하일레아누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프랑스의 영화음악가 아르망 아마르는 이 작품으로 세자르상을 받았다. 오랫동안 음악과 떨어져 살아야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 낸 음악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유서 깊은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펼쳐지는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선율은 우리에게 멋진 음악의 감동과 함께 음악을 통해 과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의 열정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출처 : http://www.jimff.org
<감상>
구소련시절 정치적 탄압으로 지휘봉을 꺽을 수 밖에 없었던 불굴의 지휘자 안드레이 필리포프 와 오랜동안 은퇴하고 노동자의 삶을 살아오던 그의 교향악단 단원들이 천신만고 끝에 프랑스 샤톨레극장에서 다시 모여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명협연를 펼치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 영화, 극중 배우들은 대부분 러시아, 프랑스 배우들이며 스토리텔링이 감동적인 영화이다. 처음엔 왠지 부산스럽게 느껴질 소박한 그들의 모습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연주를 통해 천상의 하모니를 이루어낸다. 지휘자 안드레이 필리포프 역의 알렉세이 구스코프 와 안느 마리 쟈케 역의 멜라니 로랑의 아름다운 교감과 화해의 장면들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없이도 이 영화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역시 음악은 만국공통어 라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프랑스판 영화 예고편>
<주요인물>
현재의 '안느 마리 쟈케' & 과거의 '레아' 역(Mélanie Laurent /멜라니 로랑 /프랑스)
불굴의 지휘자 '안드레이 필리포프' 역(Aleksey Guskov /알렉세이 구스코프 /러시아)
첼리스트 '사샤 그로스만' 역 (Dmitry Nazarov /드미트리 나자로프 /러시아)
'이반 가브릴로프' 역 (Valeriy Barinov /발레리 바리노프 /러시아)
샤톨레극장장 '듀플레시스' 역 (François Berléand /프랑수아 베를레앙 /프랑스)